2016.06.28-07.01
나홀로 3박 4일 제주 서쪽 여행
day 4 (마지막 날)
경로
01.
해안도로 끼고 달리는 버스를 타면 제주 시내까지 2시간이 걸린다. 계속 말하지만 해안도로가 지겨운 나는 "쾌적하고 빠르면서 안 가본 길로 가는 노선" 찾았고 마침내 755번 버스를 발견했다. 배차 간격이 경의중앙선만큼 깡패지만 한 번 타면 제주시내까지 1시간 채 걸리지 않는다. 꿀 노선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 정류장에 서있는데 현지 마을 주민 아주머니가 대뜸 몇 시냐고 물어서 대답했더니 버스가 이미 가버렸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더니 '저 쪽' 정류장에 가더니 이곳에 바로 오는 버스가 있다면서 나를 불렀다. 기다린지 5분 채 되지도 않아 750번 버스를 탔다. 755번과 거의 비슷한데 급행 개념이라 제주 시내에 더 빨리 도착하는 꿀꿀 노선이다.
내륙을 대각선으로 통과하며 본 창 밖은 온통 안개로 가득했고 버스 승객들도 대부분 나이 지긋한 현지 주민들 뿐이었다. 이 분위기는 우연히 새별오름을 지나치면서 한껏 고무됐다. 스무 살 때 영후와 혜인이와 제주도 여행을 와서 우연히 들린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땐 깊은 가을이었고 오름은 온통 갈색이었는데 지금은 안개를 탈의실 삼아 초록으로 마구 영글었다. 여름 타는 새별오름이다.
바다 없는 제주도 나쁘지 않다.
02.
비상구 좌석을 배정 받는 것을 끝으로 갑작스러운 제주 여행을 마쳤다. 지금은 다시 서울 응암동이다.
누군가가 갑작스럽게 쥐어준 비행기표였다. 한사코 거절했지만 다녀오라고 했고, 다녀온 지금, 정말 다녀오길 잘했다는 마음이다.
장소가 바뀌면 네 미래도 변할 것이라는, 일종의 "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 거야" 같은 문장의 여행 감성 팔이가 싫다. 한껏 과잉, 꾸밈로 덧칠한 여행 사진은 더 흥미가 없다. 큰 고민 생길 때마다 혼자 이곳저곳을 다녀봤지만 결국, 장소가 아무리 바뀌어도 내 현재는 그대로고 오히려 줄어든 통장 잔고를 다시 채워야 하는 부채감만 늘어난 것만 깨달았다.
이번 제주 여행 역시 마찬가지다. 이방인 신분은 채 며칠이고 다시 도시빈민이다. 그러나, 이전 여행 했을 때와는 다른 영향을 얻었다. 싱싱한 시선과 감정을 공유하고 사방팔방 흩어진 생각을 깔끔하게 정리해야 할 이유를 찾았다. 가야 할 방향과 방향성을 짚었다.
한 두 번 넘어졌을 때는 다시 금방 일어났는데 자꾸 넘어지니깐 이제는 왜 또 넘어졌나 허무해서 땅에 코박고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가만히 엎어져서, 사는 거 정말 재미없다 하다 뭐해 먹고 살지 하다 나이 먹는게 싫어서 주름살 없는 바다가 부럽다고 하다 삶의 성과와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망설이며 붙어 있는 숨만 들이쉬고 내쉬었다.
성공한 사람들이 마이크나 글자에 대고 말하는 삶의 전환점, 인생의 변화까지 얻었으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김난도를 롤모델로 삼았겠지만 사람 본 성질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단 며칠만의 내 삶 전체가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정도면 종교나 자기계발 관련 일하는 사람들이 할 일이 없다. (공급 과잉 현상으로 그들끼리의 일자리 경쟁으로 취업난이 생길 수도 있다) 이 짧은 여행을 통해 얻은 건, 품고 있던 생각을 현재 시제에서 과거 시제로 넘겼다는 정도다.
이렇게 적어놓고 내일 또 다른 "공격"에 풀죽을 수 있다. 하지만 어차피 나중에 관 뚜껑 혼자 못 닫고 흙으로 썩어 문드러질 몸이다. 그런 공격에 일일이 반응하는 것이 시간 아깝고 마음 쓰는 것도 귀찮다. 너는 너고 나는 나고 가면 가는 거고 오면 오는 거다.
언젠가 꼭 마지막 문장으로 활용하고 싶었던 문장을 끝으로 급! 제주 여행 글을 급!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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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를 비롯 고마운 분에게 드릴 제주도 기념품을 사기 위해 들린 제주시외버스터미널 앞 골목에 있는 '당근가게'!! 여기 주인 언니 너무 너무 친절하시고 목소리도 예쁘셨다! 감귤 초콜릿은 지겹고 뭔가 특별한 기념품이 없을까 계속 기념품 가게를 찾았는데, 시간 관계상 제주 시내에서 찾아야했다. 공항과도 그리 멀지 않고 터미널 바로 앞에 있는 당근가게! 위치도 좋고 기념품도 귀엽고 독특한 것이 많았다. 우도에서 주워 온 소라로 만든 향초와 한라봉 모양 비누를 샀는데, 정말 제주도 답고 귀여웠다. 당근가게 계속 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때 사온 소라 향초를 슬쩍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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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