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이불 안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아 옆으로 누웠다. 의미를 몇 번이나 알려줬지만 자꾸 까먹는 그의 타투 레터링 위를 검지 손가락으로 쓰윽 훑다 내 왼쪽 볼을 그의 오른쪽 어깨에 밀착 했다. <2016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반 쯤 읽은 날이었고 고향집에서 다시 돌아온 날이었다. 머그잔에 담긴 단 커피를 밀어두고 빨간 색연필을 든 그는 초조한 눈빛으로 채점을 하기 시작했다. 맞은 것을 표시할까, 틀린 것을 표시할까 묻다 첫 번째 문제가 맞자 바로 동그라미를 쳤다. 기분 좋으라는 말과 함께. 그가 중요한 시험을 본 날이기도 했다. 하얀 이불은 꽤 두꺼워서 심지어 덥기도 했지만 걷어내고 싶은 맘이 들지는 않았다. 어둠을 밝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있었던 일들을 찬찬히 되짚어보다 오늘이 무슨 날이었는지 기억해내고 있을 때, 정작 오늘이 몇월 며칠인 지 모르고 있었다. 기억에 구조를 입혀 더욱 생생하게 구체화 시키는 것이 날짜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데도 말이다. 사람과 이불에서 동시에 나오는 열기로 얼굴에 붉은기가 올랐다. 열기하면 여름이 아니던가. 뜬금없이 어느 계절을 갖고 오며 내 생일을 떠올렸다. 옆에 있는 자는 또 다른 계절에 생애 첫울음을 터뜨렸다. 또 다른 의미에 붉은기가 볼을 달구었다. 역시 함께 덮고 있는 하얀 이불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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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another diamond day / .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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