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배경음악은 Fling 'i'다. 오늘은 11시 30분 출근-19시 30분 첫날이었다. 당분간 이렇게 출근하기로 했다. 당분간은 일주일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출근 시간대를 피해 타는 버스는 정말 쾌적했고 집밖을 나설 때의 풍경도 7시에 나설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아름다웠다. 푸른 잎사귀 사이로 아침 햇빛이 일렁이는 모습이 특히 그랬다. 쾌적한 시야와 별개로 월급은 전혀 그렇지 않다. 어려워진 회사 사정으로 인해 전직원이 월 50만원을 받고 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전적으로 직원의 선택이었지 대표의 강요는 아니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직원이 이것을 선택했고 당분간 이렇게 하기로 했다.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사실을 전직원에게 말할 때, 이후, 두 번의 개인 면담이 끝나고 나서도 나는 퇴사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런 내 마음을 뒤집은 건 같이 일하고 있는 H의 한 마디 말 때문이었다.
"사실 어딜가도 이런 저런 일들이 일어날거야. 그래서 나는 일어난 일을 일단 해결해보는 쪽으로 마음을 잡았어."
그리고 새로운 이력서를 쓰면서 지난 이력서에 쓴 내용을 다시 읽게 되었다.
"일을 시작하면 마무리를 짓는 삶"
부족한 돈 중 일부는 부모님에게 지원 받기로 했다. 그러나 턱없이 부족해서 주말 알바나 평일 재택 알바를 해야 한다. 실제로 같이 일하고 있는 개발팀 동료는 주말에 떡볶이 집에서 벌써 알바를 시작했다. 직전 회사는 불가항력적인 힘으로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사실 돈이 부족하고 모을 수 없다는 것은 두렵다. 하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건 일을 제대로 마무리 짓거나 책임지지 못하고 중도포기하는 일이다. 돌이켜보니, 꽤 그런 일이 많았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선택을 하고 싶다.
하루가 열매 나무라면 하루 속 기억나는 순간은 열매일테고, 나는 지금 그 열매를 매만지고 있다. 매일 매일 열매는 핀다.
'수첩 > 노트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거울이자 어쩌면 모든 것 (0) | 2016.05.01 |
|---|---|
| white comforter (0) | 2016.04.24 |
| 욕망 (0) | 2016.04.1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