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중학교 때 친구들을 만났다. 한 친구는 꾸준히 연락했던 친구고 다른 한 친구는 여러 명이서 만나지 않으면 거의 만나기 힘든 친구였는데, 어제, 의외로, 지금까지 정리되지 않던 몇 가지 생각들이 그들 덕분에 정리가 되었다. 특히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해서 무언가를 선택하는 삶"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중간한 사람이다. 영화, 그래픽디자인 물에 발을 담구었다가 발을 빼버리곤 다른 쪽을 기웃거린다. 스무 살 어느 날 과천 미술관 야외 벤치에 앉아 있다 엿들을 말을 버젓이 기억하면서도, 계속 다른 쪽을 본다. 그때 들었던 말은 음악 공부를 하고 있는 10대 소년과 그의 스승처럼 보이는 중년 남자가 주고 받는 대화였는데, 소년은 이제 음악이 아닌 미술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춰더니 중년 남자는 우선 현재 있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한 다음 이후에 다른 분야에 도전해보는 것을 권유했다. 일단 지금 하고 있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가 나오면 그 자신감으로 다른 분야에서도 잘 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 말이 생생하게 기억 남는 것은, 스무 살 때의 내가 고등학교 때의 전공을 두고 다른 쪽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말이 옳다고 믿었지만 지금은 더는 좋아하지 않는데도 좋아하는 척 하면서 시간을 견딘다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의 나는 한 가지에 메여 있지 못하고 자꾸 이쪽 저쪽을 기웃거리기 바쁘다. 세상에는 새롭고 도전해볼만한 일이 많은데, 어떻게 한 분야에만 쭉 있을 수 있는 지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말할 때, 다른 이의 반발이 두려워 자신있게 말했던 적이 별로 없었다. 왜 그토록 두려워했던 걸까. 어차피 내 삶을 살아가는 건 내 몫인데 말이다. 나는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좇아야 하며 그것에 대해 반발이나 손가락질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이제 점점 깨달아 가고 있다. 어제 만난 두 친구와 남자친구 덕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요 몇 달 동안 펼쳐진 상황들 덕분이기도 하다.
내가 원하는 삶이란 이런 것이다.
- 일하는 곳이 크지 않아도 된다. 작아도 내실만 있다면 크기, 규모는 상관 없다.
- 출퇴근 길 지옥철을 타지 않는 아침. 이왕이면 도보로 출퇴근 하거나 버스로 한 번에 갈 수 있는 통근 거리.
- 독서와 여러가지 생각을 지속할 수 있는 퇴근 후의 시간.
- 매일 일기를 쓸 수 있는 시간.
- 친구들과 남자친구를 만날 때 음식값에 연연해 하지 않고 편안하게 밥 먹기.
- 매달 몇 벌의 옷을 사기.
- 매달 일정 금액을 저축.
- 데이트 할 때 걱정없이 카페 가기.
- 진료비 걱정 안하고 병원 가기.
- 채소값 연연하지 않고 채소 사기.
- 햇반, 참치캔을 자주 먹지 않기.
- 아침이 즐거운 삶.
- 휴일에 죄책감없이 쉬기.
- 예전에 겪었던 일들을 정리하며 기록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
- 꽃과 나무, 하늘 보는 시간이 길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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